사 상 》핵심사상 / 사상의 개관
 

1. 다산 사상의 특징

 1) 탈주자학(脫朱子學)  
 다산은 자신의 학문 체계를 '육경사서로써 수기하고 일표이서로써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니 본말을 갖추었다."고 하였다. 이는 다산의 사상에서 경학(經學 : 공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사서오경을 연구하는 학문)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다산의 경전의 해석은 주자학의 형이상학적이고 의리론적이며 관념적인 방법을 비판하는데서 출발한다. 그 당시 정통이념인 주자학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데서 다산의 사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산은 천(天)을 리(理)로 규정하는 주자학의 천즉리설(天卽理說)을 거부하고 천을 신(神)으로 확인하며, 경외와 신상의 대산으로 인식하였다.

 2) 고증학(훈고학)의 도입
 다산은 주자학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훈고와 실증을 중시하는 청대의 고증학 곧 한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훈고학(고증학)이 훈고(訓)에 사로잡혀 글자의 뜻만 밝히는데 머무는 것도 비판한다. 이것을 다산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한학(고증학)이 고증을 방법으로 삼았으나 명확한 변론의 분석이 부족하니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學而不思)' 폐단이 있으며, 송학(성리학)은 궁리를 주로 하여 고증을 소홀히 함으로써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는(思而不學)' 허물이 있다"

 그리하여 다산의 경전 해석과 학문의 출발점은 한학의 훈고적 방법과 송학의 의리적 방법을 포괄하고 아우르는 독자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업적을 이루었다.

 3) 개방적인 학문태도(양명학과 서학의 수용)
  다산은 양명학의 견해도 적극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서학(서양과학과 천주교)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다. 다산은 16세 때부터 성호 이익의 저술을 접하면서 서양과학에 대한 눈을 떴으며 23세 때 이벽을 통하여 서학의 신앙에도 빠져들었다. 다산이 36세 때 자신을 천주교도라고 비난하는데 대하여 상소문을 올려, 28세에 벼슬에 나온 뒤로는 이단에 마음을 쓰지 않았다 하여 일찍이 천주교를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학의 새로운 세계관이 그의 생애와 사상에 끼친 영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4) 실용적인 학문 추구
  다산의 학문이 객관적 사실의 분석적 인식으로서 고증학적이고 실증적인 태도를 학문의 기초로서 중요시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산은 실증적인 방법만을 도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실용적인 학문과 사상을 추구하고 있다. 즉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인간존재의 실현이나 사회적 질서의 구현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목적을 상실한 맹목적인 실증 방법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리하여 다산의 사상과 학문은 경전을 해석하고 연구하는 경학에서 출발하여 과학, 지리, 역사, 의학, 법률 등 실생활과 관련된 여러 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 성기호설(性嗜好說)

 다산은 성(性)을 이(理)이자 내면의 본체로 파악한 주자의 입장을 거부하고, 성을 마음이 기호(嗜好 : 어떤 것을 즐기고 좋아함, 좋아하고 싫어함의 정감적 태도를 가리키는 것이며 어떤 대상이나 가치를 지향하는 자세)하는 것이라라 정의하고, 기호를 꿩이 산을 좋아하고 사슴이 들을 좋아하는 감각적 기호와 벼가 물을 좋아하고 기장이 건조함을 좋아하는 본질적 기호로 분별하였다. 다산은 <상서>·<예기>·<맹자>에서 성을 모두 기호(嗜好)로 언급하고 있음을 증거로 삼아 성을 기호로 확인하고 있다. 결국 다산은 성을 심(心)의 본체로 인식하는 주자학적 입장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성을 심(心)의 속성으로 밝히고 있다.

또한 다산은 성선설의 의미도 성이 본래 순수한 선이라는 주자학의 견해를 거부하고, 선을 좋아하는 기호임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물이 아래로 흐르고 불이 위로 타오르듯이 자동적으로 선을 행할 수 있는 것이라면 선을 행하는 것이 자신의 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산의 성기호설은 하늘이 인간에게 선을 하고자 하면 선을 할 수 있고, 악을 하고자 하면 악을 할  수 있는 결정권으로서 자유지권(自由之權)을 부여하였다고 제시한다. 결국 다산은 인간을 도덕적 주체로서 자유지권 즉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는 존재로 확인함으로써, 성리학에서처럼 본연지성이 선한 것이라 보는 관점을 거부한다. 이것은 인간이 선을 좋아하는 성(기호)을 따라서 자기 의지의 결단으로 선을 선택해야 하고, 이 선을 실행해 가야 하는 결정의 권리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존재임을 강조한 것이다.

3. 인물성동론(人物性同論)비판

다산은 초목이나 금수 등 생명이 있는 사물의 경우는 하늘이 그 종자를 전해갈 수 있는 생명의 이치를 부여하여 각각 성명(性名)을 온전하도록 해주었지만, 인간의 경우는 하늘이 태어나는 처음에 영명(靈明)을 부여함으로써 만물을 초월하는 존재로서 만물을 누리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다. 이에 따라 다산은 주자에 의해 인간과 사물이 같은 덕을 얻었다는 이른 바 '인물성동론(人物性同論)'을 주인과 노예의 등급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다산은 "사람은 (개처럼) 새를 뒤쫓고 도둑을 향해 짖을 수 없으며, 소는 (사람처럼) 책을 읽고 이치를 궁구할 수 없는 것이니,..... 사람과 사물이 성(性)을 같이 할 수 없음이 확실하다."고 하였다. 결국 사람과 사물은 본래 본성이 다른 것이며 기질이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리학의 만물일체설은 옛 경전에는 없는 것이며, 사람과 사물이 성(性)이 같다는 것은 본래 불가의 말이라 하여 인물성동론을 부정하고 있다.